“SM그룹, 국일제지 아산공장 정상화 의지 의문”노조 21일 아산시청 광장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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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제지 아산공장 노동조합 직원들이 회사 정상화를 외면하는 SM그룹을 규탄하고 나섰다. 국일제지는 SM그룹의 제조부문 계열사다.
아산공장 노조원들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아산지역지부는 21일 아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고용안정과 기업 정상화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SM그룹이 아산공장 인수 후 부채탕감 잔액이 320억원 정도 남아있음에도 시설에 대한 투자는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영업부와 거래처를 축소하고 현장의 숙련공들을 단순 작업인 슬리터 가공작업으로 전환하는 등 아산공장을 몰락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소각장 스팀 공급문제를 해결해 연 3억~8억원의 고정비 절감 노력을 기울였다. 연 20억원 이상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며 “경영적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하고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작금의 사태에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희망퇴직 신청 통보 문제도 지적했다.
지난 연말 서울행정법원은 국일제지의 회생계획을 강제인가하면서 SM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라다이다스에 인수됐는데, 당시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고용보장 조항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 미실시, 회생절차 종결결정일로부터 최소 3년간 고용 보장,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기타 제 규정 인정 등이 명시됐다. 안정적 노사관계 유지와 경영 정상화 조기실현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박경진 아산공장 노조위원장은 “인수 과정에서 약속한 내용은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위로금을 주겠다며 희망퇴직을 받겠다며 이틀 전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황”이라며 “회사 입장에서 노조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고소 고발 대신 상생의 길을 모색해 왔다. 50년 가까이 아산에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향토기업으로 자긍심을 갖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역 의원들도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성표 아산시의회 의장은 “SM그룹은 국일제지 아산공장과 경기 용인에 있는 공장을 합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헌 충남도의원은 “향토기업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수십명의 생계유지만이 아닌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지난해 SM그룹이 국일제지를 인수하면서 땅 투기를 우려하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정상화 의지가 있다면 이제라도 공장 이전 방안 등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8년 설립된 국일제지는 특수지와 산업용 기능지 제조·판매기업이다. 용인공장은 담배 필터용 박엽지, 아산공장은 시멘트나 비료 등을 담는 크라프트지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현재 아산공장 근무 인원은 60여명으로 반 가량 줄었다.
국일제지는 창업주 일가의 무리한 신사업 투자와 대외 환경 악화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3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삼라마이다스와 M&A(인수합병)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공개입찰을 전제로 인수계약을 맺는 스토킹호스 방식이다.
그러나 회생계획안 인가 과정에서 인수 목적이 기업 정상화가 아닌 땅 장사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산공장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SM그룹이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 SM그룹은 1988년 광주에서 창업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제조와 건설·해운·미디어·레저에 걸쳐 80여개 계열사를 보유한 재계 30위권 대기업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