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티로 바꿔야” 아산 염치읍 옛 지명 되찾기 움직임지난 9월 민원 접수…주민서명 등 명칭 변경 추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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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가 아니라 염티입니다.”
충남 아산시 염치읍을 옛 지명인 염티읍으로 변경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시 한 번 일고 있다.
<아산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27일 아산시에 지명 변경을 요청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구개음화를 거쳐 사용 중인 염치를 관습적 고유명칭인 염티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원을 제기한 출향인 이선호 씨는 “현재 염치(鹽峙)가 일상용어 염치(廉恥)와 음이 같아 주소를 쓸 때마다 ‘염치없다’는 뜻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지명이 염티에서 염치로 바뀐 것은 고개를 뜻하는 한자 티가 없기 때문이다. 염치의 한자 표기는 소금 염(鹽)과 고개 치(峙)를 사용한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염치 지명은 1961년 4월 22일 국무원령 제16호(표준지명에 관한 고시)로 고시됐다.
이 씨는 “동음이의어 문제도 있지만 지역정서를 무시한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염치를 한자로만 본 오류를 바로잡은 ‘염티초등학교’의 전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염티초는 염치가 아닌 옛 지명을 교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1996년 2월 12일자 <온양신문> 기사를 보면, 국민학교 명칭이 초등학교로 변경을 앞두고 당시 양영환 염티국민학교장이 한글학회에 학교 표기를 문의한 결과 염티로 표기하는 게 맞다는 회신을 받았다. 한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지역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이라고 한글학회는 판단했다.
지명과 교명이 다르다 보니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지도앱(App)에 염티초 명칭이 잘못 표기됐다는 웃지 못할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선 두 지명을 섞어 사용해 종종 혼선을 빚고 있다.
옛 지명을 되찾기 위해 양 전 교장은 지난 9월 4~8일 주민 640여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이 씨도 300명의 송곡·염티초 출신 동문과 아산중 동기 8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지역 내 여론이 엇갈리거나 지명 변경 후 주민 불편, 수반되는 비용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시 관계자는 “지명에 대한 역사적 근거나 배경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견이 각자 다르다 보니 전체 주민의 뜻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향후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지명 변경은 아산시·충남도 지명위원회 승인을 거쳐 이뤄진다. 그동안 기초·광역자치단체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가 지명을 결정해 왔으나, 올 6월부터 개정된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일명 ‘공간정보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지명 결정 권한이 광역자치단체 지명위원회로 이양됐다.
한편 염티라는 지명의 유래는 다양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염치읍은 염성리 자연마을 중 하나인 염티마을에서 유래했다. 이 마을 북쪽에 있는 큰 고개를 옛말로 ‘으뜸 고개’라는 뜻의 ‘엄티’라고 했는데, 남쪽에 형성된 마을 이름도 엄티로 불렸다가 나중에 염티로 바뀌었다.
이후 한자어로 쓰게 된 것을 풀어 소금장수가 넘어 다녀 염티라 부른다는 이야기, 소금을 쌓아둔 산의 돌이 흰색이다 보니 소금같이 보였다는 설 또는 백제시대 이후 소금을 생산·저장·공급했기 때문이라고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