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치매가 심한 시어머님이 집에 안 계신다”는 신고를 받았다. 오후 6시 반 쯤 마을 미용실 원장이 머리 손질을 해 드리고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는데, 30분 후 집에 돌아온 며느리가 노인의 부재를 알게 된 것이다.
시골이지만 집 근처 편의점, 식당, 심지어 주차 차량의 블랙박스로도 노인의 이동 경로를 확인 할 수 없어 보호자는 물론 마을 주민들과 함께 랜턴을 들고 인근 야산과 과수원을 뒤지던 중 과수원 옆 수로 바닥에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얼굴이 반쯤 진흙에 묻힌 채 옆으로 누워있었고 추락 때의 충격인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지만 저체온증과 추락시의 찰과상 외에 생명에는 지장 없었다.
현장에서 노인의 구호를 돕던 주민은 “만약 하수로에 물이 조금이라도 더 차 있었다면 얼굴이 모두 묻혔을 텐데 천만다행이고 특히 풀숲에 가려 자칫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플래시로 꼼꼼히 살펴 일찍 발견했다”며 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중증 치매 노인이 신고 2시간여 만에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번 사례의 노인은 아들 내외와 함께 살기 때문에 집을 나간 지 30여분 만에 신고가 가능했다.
대부분의 노인은 혼자 거주한다. 아산시 역시 올 1월 기준 4만 7012명(전체 인구의 14%)의 노인 중 29.8%가 혼자 거주하는 홀몸 노인이며 그들 대부분이 저소득·기초수급자다. 홀몸 노인의 경우 지병으로 집안에서 쓰러지거나 외출 뒤 치매로 길을 잃어도 한참 뒤에나 신고가 된다.
질병은 고독사로 연결되고 실종은 또 다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교통이나 안전사고 모두 시간이 중요하지만 노인은 일분일초가 생명과 직결된다.
빠른 신고와 그에 따른 신속한 조치가 노인의 생명을 살린다. 홀몸 노인의 신변의 이상은 신속히 가족이나 이웃에게 전달돼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나 소방, 경찰 등 국가 기관과 공유돼야 한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정기적인 전화나 방문 또는 경찰, 소방과 연결되는 비상벨 등 기존 기능에서 발전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디지털 첨단 기능을 갖춘 장비를 통해 이상 상황을 가족이나 국가 기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의 개발과 도입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홀몸 노인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위급 상황은 그 어떤 상황보다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먼저 그들을 찾아가야하는 가장 명확한 이유다. <저작권자 ⓒ 아산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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